쉐보레 카마로 SS 리뷰 시승기, 세련된 디테일과 역동적인 바디라인

근육질적인 입체적 형상과 강인한 스포츠카의 심장을 가진 카마로 SS


쉐보레 카마로는 트랜스포머 범블비의 차로 잘 알려져 있다. 로봇으로 변신해 지구를 위해 싸우는 자동차인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카마로는 ‘친구’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의 고어(古語) comrade 에서 유래된 말로, 지난 1967년 1세대가 출시된 이래 지금의 6세대에 이르고 있는 쉐보레의 2도어 머슬카다. 

제법 역사가 오래된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포드 머스탱이 머슬카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탓에 제법 존재감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영화로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카마로는 몰랐을 수도 있다.

카마로 SS의 디자인은 아메리칸 머슬 그 자체다. 존재감으로만 따진다면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BMW M4나 메르세데스-AMG C63 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존재감과 상징성만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익스테리어는 2014년에 새롭게 선보인 카마로 콘셉트의 외형을 그대로 계승한 모습인데, 카마로 콘셉트는 2014년 개봉된 영화 트랜스포머:사라진시대 에서도 범블비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엔진룸 안쪽으로 움푹 파고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입체적인 조형 감각을 보여주며, 보닛에서 드러나는 잔근육들은 과하지 않은 머슬카 본연의 멋을 보여준다.

독특한 형상을 지녔던 테일램프는 6세대에 들어 다소 밋밋해졌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말리부, 임팔라에서 보여진 쉐보레 특유의 패밀리 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 미국의 투박한 머슬카의 오너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인테리어는 투박하고 머슬카의 상징다운 디자인이 그대로 왔을 거라 예상했지만 유럽차의 감성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게 설계되었다. 최근 링컨과 캐딜락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인테리어를 신경 쓰고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카마로에서도 마찬가지로 터프한 외관의 반전의 모습으로 부드럽고 세련되어 졌다.

스티어링 휠 중앙에는 'CAMARO'라고 아주 정직하게 표기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제공하는 기본 글꼴을 사용한 것 같다. 운전석 문을 열면 'CAMARO' 마크가 하나 더 보인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향연동 후방카메라 등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들이 장착됐다고 하기엔 다소 어색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특히, 투어, 스포츠, 트랙, 스노우 등 4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 설정 버튼은 기어노브 하단에 아주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라면 플라스틱 커버까지 더해 아주 자극적인 색상으로 만들법도 하건만, 여느 버튼들과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럽게 숨어있어 어색하기까지 하다.

카마로 SS에 적용된 LT1 V8 엔진은 무려 6200cc에 달하는 배기량을 보여준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승용 라인업 중에선 단연 제일 큰 배기량이며, 수입차의 기준으로 봐서도 AMG S65보다 높은 배기량이다. BMW M760Li보다도 불과 300cc 모자르다. 이 거대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출력은 453마력, 토크는 무려 62.9kg.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단 4.0초로 이는 AMG C63 S와 동일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의 느낌은 BMW M과 벤츠 AMG 등 독일계 고성능 차들보다 편했다. 독일 고성능 차들이 내세우는 장점이 운전자 목을 뒤로 젖히게 하는 급작스러운 가속력에 있다면 카마로SS는 상대적으로 확 튀는 구간 없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가속력을 보였다. 

국산 고성능차로 인기리에 판매 중인 스팅어보다는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스팅어는 차량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뻗어나가는 느낌을 자랑하는 반면 카마로SS는 1715㎏에 달하는 차체가 운전자 몸과 함께 이동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무게감 있게 움직였다. 

카마로SS는 엔진 퍼포먼스만 놓고 봤을 땐 BMW M4에 견줄 수 있다. BMW M4가 1억원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가격에 누릴 수 있는 동일 엔진 퍼포먼스인 셈이다. 물론 사람들이 엔진 스펙만 놓고 차를 사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가격은 한국GM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의 '혜자' 브랜드로 명성을 높일 때 책정됐다. 당시 한국GM은 트랙스, 말리부, 카마로SS까지 모두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받아오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긴장케 했다. 

다소 아쉬운점은 한국지엠의 마케팅의 부족과 당시 국내 제조사들은 이와 같은 스포츠세단이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라인업도 구축하지 못한 채 쉐보레는 어떻게 보면 앞서나간 시대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긴 하지만 제네시스 G70, 스팅어와 같이 경쟁을 했으면 오히려 카마로가 큰웃음을 지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카마로 SS는 V8이다. 전기차가 득세하고 스포츠카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등장하는 시대인 만큼, 더 독보적으로 빛날 수 있는 충분한 매리트를 갖고 태어났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강제된 법에 따라 친환경차를 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카마로 SS 같은 자동차의 가치는 판매 하고 있는 5,098만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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